Rev. 2.73

2010년 10월 3일 일요일 오후 3시. 지긋지긋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따스한 햇살이 내려쬐기 시작했습니다. 밥 쳐 먹으러 나왔다가 입맛이 없어 콩다방을 찾았습니다. 빈속에 커피를 처묵하면서 입에 담배 한 개피를 꼬라물고 하늘을 올려다 보며, "아~ 어디론가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곤 주머니에 있던 아이폰을 꺼내 들고 가까이 연락닫는 사람들을 떠 보기 시작합니다. 다들 바쁘다 합니다. ㅅㅂ...
이 것이 아이폰을 사용한 마지막 기억입니다. 중략하고 느즈막히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아이폰을 확인했더니 이놈의 조루 배터리가 벌써 다 달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폰을 충전기에 꼽고 은빛 사과가 화면에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은빛 사과는 영영 볼 수 없었습니다. 벽돌이 되어 버린것입니다.

다음날, 평소 눈여겨 보아 두었던 출근길에 있는 아이폰 A/S 지점을 찾아갔습니다. KT에서는 9월 30일 부로 아이폰의 A/S 대행을 중단했다더군요. "대우일렉"이란 곳에서 대행업무를 진행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젠장, 일단 출근해서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대행 지점을 알아내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가 계속 통화중입디다. 10여 차례 재다이얼 콤보 신공으로 겨우 연락되어 방문 즉시 서비스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1.5 km 거리에 있는 대행 지점으로 갔습니다. 대우일랙은 대우의 제품 뿐만아니라 여러 수입산 브랜드의 전자 제품 A/S를 대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고가 없으니 오후 5시에 오랍니다. 혹시라도 물량이 빨리 수급되면 연락을 해 줄 것을 부탁하고 회사 직통 전화번호를 남겼습니다.

흡연하러 간 사이에 전화기가 울릴까봐 꾹꾹 참아가며 기다렸지만, 5시 넘도록 연락 안옵니다. 전화는 역시나 계속 통화중이고, 겨우 한 번 연결 되었지만 기다려 달라는 기계음만 나오더니 끊어집니다. "니기미" 욕이 입에저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택시 잡아 타고 그 지점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물건이 연착되어 오후 8시에나 입고될 예정이랍니다. 주위에는 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것으로 보이는 여러 분들이 귀를 쫑긋 합니다. 8시에 방문하면 서비스 받을 수 있다는 확답을 듣고 한 번 더 전화 통보를 요청한 후 회사로 돌아와 잡혀있던 약속을 취소하면서 기다립니다. 인던에 발이 묶인 느낌입니다.

또 다시 8시 넘도록 연락 안옵니다. 퇴근 도장찍고 세 번째로 찾아 갔습니다. 참다 못한 한 젊은 고객이 지점장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에게 해꼬지 중인 광경을 목격합니다. 나같은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무 시간이 종료되어 정문은 닫혀 있었지만 직원들은 남아 있는것으로 보였습니다. 건물 귀퉁이 쪽문을 조금열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이제 아이폰 수리 되나요?"라고 묻자 저를 알아보는 듯한 직원들의 얼굴에 어둠이 엄습했습니다. 밤 10시까지 연착되었다는 소식과 내일 아침에는 분명히 도착해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어렵게 합니다. 순간, 깽판을 칠까 조용히 돌아갈까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미 선빵을 날리는 분이 계셔서 조용히 돌아 왔습니다만, 아이폰 없는 생활은 지루하기만 합니다.

최악의 A/S를 경험한 하루였네요. 고객의 인내심을 자극하는 에프터 서비스가 요즘 트랜드인가요? 내일 아침은 왠지 아드레날린을 무한 분출할 것 같은 적막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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