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가와 한국 기업가의 차이' 트랙백

1. 기업정신
한.일 벤처 사장들의 모임이 있었다. 양국에서 각기 10명씩의 벤처 사업가가 번갈아 나가 10분간씩 경험을 발표했다. 한국 벤처인과 일본 벤처인 사이에 선이 그어졌다.

벤처 정신이란 물질적 귀족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 귀족이기를 추구하는 것이라 했다. "돈을 추구하지 말고 개선을 추구하라, 개선이 되면 돈은 자연적으로 따르게 돼 있다". 소니의 신화를 창조한 아키오 모리타씨의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벤처 정서는 골드 러시였다. 왕창 벌어 보자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이 "이윤 추구" 마인드 자체가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토로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서도 한국 벤처인들은 몇 년 후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식의 발표를 계속하고 있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자신의 역량보다는 대박의 꿈을 안고 뛰어드는 기업가들이 대부분이죠. 저 역시도 돈만을 추구하는 기업가들과 함께 겪어보면서 망하는 꼬라지를 여럿 보았습니다. 저또한 그랬었구요.

2. 기업문화
기업 간부들이 만들어 내는 개선안에는 언제나 더 많은 감시와 통제 수단이 들어 있다. 우리에게는 이상하리만큼 통제 마인드가 잠재해 있다.

피지배 입장에 있을 때에는 통제 받기를 꺼려하다가도 일단 지배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더 많은 감시와 통제를 하고싶어 한다. 이는 심각한 한국병(Social Pathology)이다.

사람은 선천적으로 게으르고 악하기 때문에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당근과 채찍으로 다뤄야 한다는 1940년대의 경영철학이다. 이러한 통제 문화권에서는 절대로 창의력과 진취성이 생기지 않는다. 경쟁력은 창의력이며, 창의력은 자유 속에서만 자란다.

그렇습니다. 고질적인 한국병입니다.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경영자 밑에서 열심히 하라는 통제를 받는 것은 복장이 뒤집힙니다. 아마도 불평쟁이인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겁니다. "꼬우면 네가 사장해~" 한국정서에 딱 어울리는 표현방법이군요.

3. 일하는 방법
외국에 나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외국 건설 업체와 한국 건설 업체가 나란히 같은 규모의 건물을 지었다. 한국인들은 수주 다음날부터 인부를 투입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외국업체는 두 달이 가도 사람 하나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시행착오를 범하고 있는 동안 외국인들은 일을 설계했다. 늦게 인부를 투입했지만 한국인보다 12개월 중 두 달이나 일찍 일을 끝냈다.

한국인들은 12개월간 인부를 투입하고 때로는 놀리면서 일당을 주었지만 외국인들은 계획적으로 일해서 8개월만 인부를 고용했다. 공기와 원가에 게임이 되지 않았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지금, 새 건물을 짓기보다는 헌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부사장급 간부가 작업복에 랜턴을 들고, 녹음기를 가슴에 달고, 목소리로 메모해가면서 스스로 천장 속을 관찰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일을 말단 직원에게 시킨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 간부는 권위주의에 물들어 토의를 방해하고, 경험이라는 고정관념을 내세워 새로운 아이디어를 억압하며, 앉아서 쓸 데 없는 지시를 많이 내린다. 사원들이 일은 많이 하는데 일 한만큼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주 업무는 시행착오입니다. 오히려 계획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업체 간의 약속에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다행히도 간부들은 책임을 물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업무로 당연시 여겨주신다는 것입니다.(마치 자신도 겪어 봐서 잘 안다는 듯이 너그럽게...) 직원들 노는 꼴이 눈꼴 사납게 여겨지면 역시나 무의미한 회의를 소집하거나 쓸데없는 지시를 내리지요. 덧붙이자면 워낙 성격도 x랄 같아서 지시를 내려놓고도 결과보고를 기다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들볶아 같은 일을 두 번 이상 반복시킵니다. 사원들의 생산성 향상은 안중에도 없죠. 상사 고집대로 들볶이는 사원만이 살아남습니다.

4. 팀-파워를 내지 못하기 때문
조직은 그대로 두고 무늬만 팀제로 바꿨다. 선진국이 설정해놓은 개념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으로 팀제를 운영했다. 선진국의 1개 팀에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팀에는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있다.

팀제의 장점은 세 가지다. 하나는 팀 파워를 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사한 팀을 여러 개 만들어 경쟁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실명제로 단일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말이 된다.

하하하 듣고보니 그렇습니다. 기획팀, 디자인팀, 프로그램팀, 네트워크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부서의 단위이죠. 다른 팀과의 경쟁은커녕 쳐 싸우기만 하는걸요. 한 기획자에게 갈구림을 당하던 디자이너가 하루아침에 기획자로 이직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뭐 그렇다 쳐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원하는 인간형은 만능형인 듯 하네요. 팀 단위로 구성할 필요도 없고 완벽한 결과물을 혼자서 만들어내는 인간을 무척이나 대우해 줍니다.

5. 토의를 통해서 창의력을 내는 방법을 모른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자유 분위기를 조성해서 얼마든지 말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토의의 생산성이 있는 게 아니다. 여기에야말로 전문가의 클리닉이 필요하다. 일본 기업의 토의는 통계학적 품질관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가오루 이시가와 박사의 지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시스템이란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제대로 된 팀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적이 없으므로 무효입니다. 제대로 된 팀을 구성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놈만 죽어나는 개인실적 위주이죠, 때로는 하나의 일을 놓고 혼자서 하는 것이 여러사람과 나누어 하는 것보다 더 능률적일 때가 있습니다. 서로 쳐 싸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거든요. 어처구니 없지만, 그들이 말하는 '시스템'에는 발끝도 못 미칩니다.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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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짱 크짱

    한숨이 절로나는 현실이죠... 무늬만 배끼는 짓을 언제나 그만 둘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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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어준 파이어준

    당장이라도 그만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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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isoner Poisoner

    뭐 말할 가치도 없다고나 할까요. 말로만 떠들지 말고 한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군요.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은 얼마나 복장이 터지는지 알기나 할런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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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어준 파이어준

    웬만해서 그 사실을 불평했다가는(혹은 개선안을 제출하거나) 쥐도새도 모르게 잘리기 일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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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n pon

    3D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 계통은 모두 비슷한것 같군요... 일당백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대우해 주는회사들.. 뭐 국내의 큰회사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회사의 어려움이 생겼을경우 단일적인 능력보다는 멀티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 살아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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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어준 파이어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는데, 팀플보다는 멀티테스커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니. 참 안타가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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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준군 형준군

    예전부터 없었던 사실도 아니고 한심스럽긴 하지만 이제라도 이런 생각을 가진 세대들이 사회에서 기존세대들에 의해서 물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조금씩 고쳐지겠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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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어준 파이어준

    허접(?)한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씩 고쳐지겠지요...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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